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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니까 바닥 아닐까?"라는 착각 (1편) 🛑

• 2021년 11월 고점 : $179.10

• 2026년 10월 2일 실적 발표 후 종가 : $33.87

• 하락률: 약 -81%

 

시가총액으로 보면 US$2,810억이 US$490억으로 줄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가 5년 사이 시장 가치의 80% 이상을 잃은 셈입니다.

 

이 정도로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이키인데, 이쯤이면 바닥 아닐까?"

 

하지만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는 그 자체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80% 떨어진 주식도 거기서  다시 절반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 왜 떨어졌는가?

• 이 회사는 지금 어떤 종류의 회사인가?

 

같은 나이키라도 5년 전과 지금은 전혀 다른 종류의 회사입니다. 그리고 회사의 종류가 바뀌면, 투자자가 던져야 할 질문도 바뀝니다. 이번 1편에서는 나이키가 어떤 회사였고, 어떤 회사가 되었는지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나이키니까 바닥 아닐까?"라는 착각 (1편) 🛑

□ 단 2분이면 설명되던 회사

 

나이키의 출발은 1964년 오리건대 육상 코치 빌 바우어만과 그의 제자 필 나이트가 세운 블루리본스포츠입니다. 일본 운동화를 수입해 팔던 이 회사는 1971년 '나이키' 브랜드와 스우시 로고를 내놓았고, 1978년 사명을 나이키로 바꿨습니다.

 

좋은 회사의 공통점 중 하나는 사업을 2분 안에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이키 또한 그랬습니다.

 

• 최고의 선수를 찾고

• 그 선수를 위한 혁신 제품을 만들고

• 그 이야기를 광고로 퍼뜨린 뒤

• 전국 매장의 진열대를 장악합니다

 

1985년 에어 조던과 1988년 'Just Do It' 캠페인은 이 공식이 만든 대표작입니다.

 

핵심은 나이키가 신발이 아니라 스포츠를 팔았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는 운동화가 아니라 조던이 되는 상상을 샀습니다. 2017년 마라톤 레이싱화 베이퍼플라이로 러닝화의 기준을 다시 쓴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혁신 제품이 선수의 기록이 되고, 기록이 다시 브랜드가 되는 구조였습니다.

 

이야기가 단순했던 만큼 숫자도 단순했습니다. 매년 흑자를 냈고, 24년 연속 배당을 늘렸고, 매출은 대체로 꾸준히 커졌습니다. 나이키는 폭발적으로 크는 회사가 아니라, 경기와 크게 상관없이 꾸준히 크는 대형 우량주였습니다.

 

image.png [종목분석] [US:NKE] ① 가장 강한 브랜드, 스스로 무너지다

□ 정점: 소비재에 성장주 가격이 붙었다

 

나이키 주가는 2021년 11월 5일 장중 $179.10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당시 주가는 직전 회계연도(FY21) 주당순이익 $3.56의 약 50배(PER)였습니다.

 

꾸준히 크는 우량주의 이익은 보통 해마다 한 자릿수에서 10% 안팎으로 늘어납니다. 실제로 나이키의 주당순이익은 이듬해 FY22에 $3.75로 약 5% 늘었습니다. 사상 최대 이익이었지만, 5% 성장하는 회사에 이익의 50배를 지불한 것은 우량주를 고성장주 가격에 산 것에 가까웠습니다.

 

시장이 50배를 쳐준 이유는 이익 자체보다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팬데믹 기간 온라인 판매가 폭증하면서, 나이키가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 중이라는 기대가 붙었습니다.

 

문제는 그 무렵부터 나이키의 스토리가 2분 안에 설명되지 않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 이야기가 복잡해졌다 : 세 가지 선택

 

① 직판 올인

2017년 6월 나이키는 '소비자 직접 공략(Consumer Direct Offense)'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마크 파커 당시 CEO는 3만 개에 달하는 소매 파트너 가운데 약 40곳에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1월 이베이·서비스나우 출신의 존 도나호가 CEO에 오르면서 이 방향은 더 강해졌습니다. 2021년 9월 나이키 CFO는 소매 파트너의 약 50%에서 철수했다고 밝혔습니다. DSW, 어반아웃피터스, 딜라즈, 자포스 같은 오랜 거래처가 빠졌고, 직판 비중은 FY23 나이키 브랜드 매출의 약 44%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변화는 실적보다 매장에서 먼저 보였습니다. 나이키가 비운 진열대는 비어 있지 않았습니다. 러닝화를 사러 간 소비자 앞에는 온러닝과 호카가 놓였습니다. 숫자에 찍히기 한참 전부터, 신발 매장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던 변화였습니다.

 

② 클래식 모델 의존

같은 시기 매출을 떠받친 것은 덩크, 조던 레트로 같은 클래식 모델이었습니다. 팔리는 모델의 물량을 늘리는 건 단기적으로 쉬운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구하기 어려운 신발'이라는 가치가 사라지자 재고가 쌓였고 할인 판매가 일상이 됐습니다. 엘리엇 힐 현 CEO도 2026년 10월 실적 발표에서 조던 레트로를 과잉 공급해 왔다고 직접 인정했습니다.

 

③ 혁신의 공백

직판과 데이터, 앱에 자원이 쏠리는 동안 제품 혁신은 뒤로 밀렸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어디서 팔지가 무엇을 팔지보다 우선된 셈입니다. 러닝은 나이키 정체성의 출발점이었지만, 이 시기 나이키는 러닝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중국

 

2021년 3월 신장 면화 문제를 둘러싼 불매 운동 이후, 중국에서는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궈차오(国潮)' 흐름이 거세졌습니다. 안타와 리닝은 비슷한 기술을 더 낮은 가격에 내놓으며 점유율을 넓혔습니다. 중국 문제는 이후 따로 다루겠습니다.

 

세 가지 선택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당장의 숫자를 위해 단순했던 이야기를 흐린 결정이었다는 점입니다. 매출을 단기적으로 늘리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최고의 선수 → 혁신 제품 → 진열대'라는 공식은 점점 설명하기 어려워졌습니다.

 

image.png [종목분석] [US:NKE] ① 가장 강한 브랜드, 스스로 무너지다

□ 결국 주가는 이익을 따라갔다

 

image.png [종목분석] [US:NKE] ① 가장 강한 브랜드, 스스로 무너지다

5년 동안 매출은 거의 제자리였지만, 순이익과 주가는 반토막 이하로 내려왔습니다.

 

주가 하락을 '시장의 과민반응'으로 보기 쉽지만, 회계연도 말 기준으로 주가와 이익을 나란히 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image.png [종목분석] [US:NKE] ① 가장 강한 브랜드, 스스로 무너지다

FY22 말 이후 주가는 약 61% 내려왔고, 주당순이익도 약 58% 줄었습니다. FY26 주당순이익은 보고 기준 $2.10이지만, 여기에는 일회성 관세 환급 효과(주당 $0.52)가 들어 있어 이를 제외한 숫자를 반영했습니다.

 

주가는 시장의 변덕이 아니라 이익을 따라 내려왔습니다. 이익 대비 가격은 32배에서 27배로 조금 낮아졌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반대로도 읽힙니다. 주가가 81% 빠졌다고 해서, 이익 대비 싸진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 회사의 체질이 바뀌었다

 

꾸준히 크는 우량주는 '얼마나 꾸준한가'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이키에는 그 질문이 맞지 않습니다. 이익이 2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고 올해 매출까지 줄어드는 회사는 더 이상 꾸준한 우량주가 아닙니다. 지금의 나이키는 회복을 증명해야 하는 회사, 턴어라운드 기업입니다.

 

회사의 종류가 바뀌면 질문도 바뀝니다. 턴어라운드 기업에는 세 가지를 물어야 합니다.

 

1. 버틸 체력이 있는가? 회복할 때까지 버틸 재무 상태인가

2. 회생 계획이 있는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고, 고칠 방법이 구체적인가

3. 그 계획이 실제로 작동하는가? 숫자로 확인되고 있는가

 

 

회생 계획 : 같은 사람이 되돌리러 왔다

 

2024년 9월 나이키 이사회는 엘리엇 힐을 새 CEO로 발표했습니다. 힐은 나이키에서 32년을 일하고 2020년 퇴사한 인물로, 퇴사 직전 직책은 소비자·마켓플레이스 부문 사장이었습니다. 외부 출신 CEO가 바꿔 놓은 회사를, 내부 출신이 되돌리러 돌아온 셈입니다.

 

힐 체제의 조치는 대부분 과거 결정을 거꾸로 돌리는 작업입니다.

 

image.png [종목분석] [US:NKE] ① 가장 강한 브랜드, 스스로 무너지다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고, 고칠 방법도 구체적입니다. 다만 되돌리기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물량을 줄이고, 판매처를 닫고, 할인을 끊으면 매출이 먼저 줄어듭니다.

 

 

버틸 체력 : 아직은 있다

 

image.png [종목분석] [US:NKE] ① 가장 강한 브랜드, 스스로 무너지다

현금이 차입금보다 많으니 당장 버틸 체력은 있습니다. 다만 여유는 줄고 있습니다. 순현금은 크지 않고, 올해 배당은 예상 이익을 넘어섭니다.

 

정리하면, 앞의 두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체력은 있고, 계획도 있습니다. 남은 것은 세 번째 질문입니다.

 

image.png [종목분석] [US:NKE] ① 가장 강한 브랜드, 스스로 무너지다

□ 그럼에도 지켜봐야 하는 이유

 

모든 숫자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러닝·축구·농구 같은 퍼포먼스 사업은 FY26 $160억 규모로 성장했고, 이번 분기에도 한 자릿수 후반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러닝은 두 자릿수 성장과 점유율 회복을 함께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이키가 원래 잘하던 일, 즉 2분이면 설명되던 그 공식이 작동하는 곳에서는 회복 신호가 나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 회복이 회사 전체의 숫자를 바꾸기에는 아직 작습니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라이프스타일 사업과 중국이 그보다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 다음 편에서는。。。

 

그렇다면 회생 계획은 실제로 작동하고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헤드라인 숫자에 가려진 '두 개의 나이키', 즉 다시 자라기 시작한 회사와 아직 줄어드는 회사를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작년 이익에 숨어 있던 관세 환급 효과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도 함께 정리하겠습니다.

댓글3
  • 삼성
    주가가 81% 빠졌어도 이익 대비 싸진 게 아니라는 분석과 '우량주에서 턴어라운드 기업'으로 체질이 바뀌었다는 시각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2편도 정말 기대되네요!
  • 매매검사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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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JS
    나이키가 원래 잘하던 퍼포먼스 영역에서는 회복 신호가 나오고 있다니 다행이지만, 매출 비중이 큰 라이프스타일과 중국 시장의 정상화까지는 확실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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