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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심층 분석 ①

온디바이스 AI와 엣지 AI를 다루는 글에서, 거의 언제나, 대표주로 호명되는 회사입니다. 아래 숫자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 52주 고점: 약 $260

• 현재 주가: 약 $164 (8월 말 기준)

• 고점 대비: 약 -37% (최근 3개월에만 약 -35%)

 

주가만 보면 AI 사이클에서 낙오한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AI 반도체가 시장을 끌고 간 지난 1년, 이 'AI 수혜주'의 수익률은 +2.1%, 사실상 제자리였습니다.

 

image.png [종목분석] [US:QCOM] ① 엣지 AI의 대표주, 통행세는 다른 문에서 걷힌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최근 이 주식을 크게 움직인 이벤트들을 보면,

 

• 가장 중요한 상승 이벤트는 6월 24일 인베스터 데이였습니다. 데이터센터 매출 목표와 메타와의 서버 CPU 계약을 발표한 날, 주가는 시간외에서 12% 넘게 뛰었습니다.

• 가장 중요한 하락 이벤트는 7월 29일 실적 발표였습니다. 주가를 때린 건 이번 분기 숫자 자체보다, 애플 매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사라진다는 전망이었습니다. 다음 아이폰에서의 점유율이 기존 추정(20%)보다 현저히 낮아지고, 애플 관련 매출이 9월 분기 대비 12월 분기에 약 50% 줄어든다는 가이던스에 주가는 발표 직후 시간외에서 약 7% 밀렸습니다.

 

그 사이 회사는 엣지 AI 발표를 계속했습니다. 웨어러블 전용 NPU1) 플랫폼, NPU 성능을 두 배로 올린 2세대 PC 칩,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엣지 플랫폼 협업. 이 발표들이 주가의 방향을 바꿨다는 기록은 찾기 어렵습니다.

 

즉, "엣지 AI의 대표주라는데, 왜 시장은 엣지 AI에 값을 매기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이 회사가 어떤 구조로 돈을 버는 곳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1) NPU(Neural Processing Unit) : 스마트폰·PC 등 기기 안에서 AI 연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전용 프로세서.

 


 

□ 퀄컴은 두 개의 회사이다

 

퀄컴 안에는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사업이 있습니다.

 

image.png [종목분석] [US:QCOM] ① 엣지 AI의 대표주, 통행세는 다른 문에서 걷힌다

• QCT2)는 우리가 아는 스냅드래곤을 만들어 파는 사업입니다. 전사 매출의 85%를 차지하지만, 원가 압박과 경쟁에 그대로 노출된 반도체 사업입니다.

 

• QTL3)은 다릅니다. 셀룰러 표준특허의 라이선스료를 걷는 사업입니다. 전사 매출의 13%로 두 세그먼트 이익의 약 29%를 만들고, 자본이 거의 들지 않으며, 경쟁사 칩이 들어간 기기에서도 수익이 발생합니다. 칩을 사는 대가가 아니라 특허를 사용하는 대가이기 때문입니다.

 

퀄컴은 칩 회사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 셀룰러 단말이 지나가는 특허 길목에서 통행세를 걷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핵심 수익원은 공장이 아니라 이 요금소입니다.

 

2) QCT(Qualcomm CDMA Technologies) : 퀄컴의 반도체 사업부로, 스냅드래곤 같은 칩을 설계·판매. 

3) QTL(Qualcomm Technology Licensing) : 퀄컴의 특허 라이선스 사업부로, 셀룰러 표준특허를 라이선스하고 로열티를 수령. 

 


 

□ 통행세의 상한선

 

그렇다면 온디바이스 AI가 커지면 이 요금소의 수입도 늘어날까요.

 

로열티 산정 기준만 보면 그럴 것 같습니다. QTL 로열티는 단말 도매가 전체에 연동되기 때문에, AI가 단말 가격을 밀어 올리면 로열티 기준도 함께 올라갑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엣지 AI 서사가 성립합니다.

 

문제는 '단말당 상한선(캡)의 존재'입니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주요 제품군의 로열티에는 상한이 걸려 있습니다. 지난 실적 콜에서 CFO가 직접 설명했습니다. 단말 가격이 캡 아래에서 오르면 일부 수혜가 있지만, 상한선 위에서 움직이는 상승으로는 로열티에 아무 차이가 없다고.

 

그런데 AI가 값을 밀어 올리는 구간은 어디일까요. 보급형이 아니라 프리미엄 티어입니다. 그리고 프리미엄 티어는 대체로 이미 이 상한을 넘어선 가격대에서 거래됩니다.

 

온디바이스 AI가 단말 가격을 끌어올리더라도, 그 상승이 일어나는 프리미엄 구간은 대부분 로열티 상한 위에 있다. AI발 가격 상승분이 이 회사의 고마진 통행세로 전이되는 정도는 구조적으로 제한적이다.

 

고마진 사업의 성장은 상한에 막혀 있고, AI 연산은 저마진 칩 사업에 붙어 있습니다. 엣지 AI가 성장하더라도 그 과실이 QTL이라는 가장 좋은 자리로 그대로 흘러드는 구조가 아닌 겁니다.

 

image.png [종목분석] [US:QCOM] ① 엣지 AI의 대표주, 통행세는 다른 문에서 걷힌다

□ 9년 동안, AI는 독립적인 가격표를 얻지 못했다

 

그렇다면 저마진 칩 사업 쪽에서라도 AI가 돈이 됐을까요. 여기엔 이미 긴 실험 기록이 있습니다.

 

온디바이스 AI는 미래형 문장으로 자주 쓰이지만 사실 오래된 현재형입니다. 퀄컴이 스냅드래곤용 신경망 처리 SDK를 공개한 것이 2017년, 'AI 엔진'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것이 2018년입니다. 올해로 9년째입니다.

 

• 휴대전화 : NPU 세대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재무제표에 'AI 매출'이라는 항목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NPU는 SoC 안의 한 블록이고, 따로 값이 매겨지지 않습니다.

• PC : 'AI PC'라는 카테고리가 만들어졌지만, AI 기능이 독립적인 구매 이유나 가격 프리미엄으로 자리 잡았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 전용 기기 : "AI를 위해 따로 지갑을 여는가"를 정면으로 물었던 초기 AI 전용 기기들(휴메인 AI 핀, 래빗 R1)은 그 질문에 부정적인 초기 증거를 남기고 정리됐습니다.

 

그리고 가장 강한 근거는 회사 자신의 숫자입니다. '에이전틱 AI 스마트폰 사이클'을 말하는 이 회사가,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한 자사 안드로이드 핸드셋 매출 성장률 전망은 '연 5% 수준(FY26~29 CAGR)'입니다. AI가 폰 사업의 성장률을 바꿀 것이라고, 회사 스스로도 계획서에 쓰지 않았습니다.

 

AI 기능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아직 그 기능 자체에 별도의 가격표가 붙지는 않았습니다. 시장이 엣지 AI 발표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 회사의 재무 요약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현재 위치를 숫자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image.png [종목분석] [US:QCOM] ① 엣지 AI의 대표주, 통행세는 다른 문에서 걷힌다

여기서 눈에 띄는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한 회사 안에서 -20%와 +61%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중이라는 뜻입니다.

 

둘째, 23년 연속 배당을 올려온 회사가 시장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15배에 거래됩니다. 시장은 이 회사의 미래를 성장이 아니라 축소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 다음 편에서는。。。

 

1편의 결론은 "퀄컴은 AI주가 아니다"가 아닙니다. 퀄컴의 AI 수익화 장소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곳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지난 9년을 보면 온디바이스 AI는 QTL의 로열티 수익을 크게 늘리는 별도의 동력이 되지 못했습니다. QCT에서도 AI 연산 능력이 별도의 가격표를 가진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그러면 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퀄컴은 앞으로 AI를 어디에서 돈으로 바꾸려고 하는가?".

 

회사의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와 자동차입니다.

 

2편에서는 그 답의 설계도를 봅니다. 주가를 고점 대비 37% 끌어내린 원인(모바일 단말 붕괴와 애플과의 결별), 데이터센터 4개 제품군의 실제 일정, 메타와의 계약, 아직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고객 두 곳, 그리고 그 설계도 전체가 깔고 앉은 소송 하나를 다룹니다.

댓글2
  • 포로리
    지난 9년간 AI가 독립된 가격표를 얻지 못했다는 팩트와, 시장이 왜 퀄컴에 Forward P/E 15배라는 낮은 멀티플을 주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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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JS
    23년 연속 배당성장주인데도 PER 15배 수준에 갇혀있는 이유를 정확히 짚어주셨네요. 온디바이스 AI가 9년 동안 독립적인 가격표를 못 얻었다는 점과 애플 매출 이탈 가이던스가 주가를 누르는 현실이 참 씁쓸합니다. 
    
    결국 퀄컴이 '스마트폰 요금소 회사'라는 과거의 틀을 깨고 데이터센터로 체질 개선에 성공하느냐가 핵심이겠군요. 
    
    2편 소송 이야기와 미공개 고객사 분석도 빨리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