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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샌디스크와 손잡고 고대역폭플래시(HBF)의 첫 표준 규격을 공개했다. D램 기반 HBM에 이어 낸드 기반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도 표준을 선점하면서 AI 시대의 새로운 메모리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가 공개한 HBF 표준에는 용량과 대역폭, 연결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낸드 다이를 8단과 16단으로 수직 적층하는 방식으로 최대 512GB 용량을 구현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며, 대역폭은 세 가지 등급으로 나눠 약 0.4TB/s부터 최대 3.0TB/s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쉽게 말해 기존 SSD보다 훨씬 빠르고, HBM보다는 대용량이라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HBF 표준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개방형 연결 방식이다.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는 개방형 표준 인터페이스인 UCIe를 채택했다. 이를 통해 GPU나 CPU 등 서로 다른 종류의 프로세서에도 HBF를 유연하게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특정 기업이나 특정 시스템에 종속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한 만큼 향후 생태계 확장에도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격 공개 역시 세계 최대 개방형 데이터센터 기술 협력체인 OCP를 통해 이뤄졌다.
SK하이닉스가 HBF 기술 자체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업계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표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HBF 컨소시엄에는 구글과 텐스토렌트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참여 기업이 확대될 경우 HBF가 차세대 AI 인프라의 새로운 메모리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SK하이닉스가 HBF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I 시장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이전틱 AI가 확산되면서 AI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연산 성능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불러오느냐가 AI 인프라 경쟁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HBF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메모리 계층으로 볼 수 있다.
기존 HBM은 매우 빠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지만 가격과 용량 측면에서 부담이 있다. 반면 SSD는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지만 속도에서 한계가 있다.
HBF는 이 두 영역 사이에서 HBM 수준의 빠른 데이터 처리와 낸드 기반의 대용량·비휘발성 특성을 결합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낸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D램 대비 전력 효율 측면에서도 장점이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이번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순히 HBF라는 새로운 제품이 등장했다는 것이 아니다.
SK하이닉스가 HBF의 표준화 과정에 직접 뛰어들어 규격 자체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메모리 시장에서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규격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느냐가 향후 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수 있다.
HBM에서 확보한 기술 경쟁력을 낸드 기반 HBF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표준 공개와 함께 차세대 낸드 기술도 공개한다.
오는 4일 미국에서 열리는 FMS 2026에서는 개발을 진행 중인 10세대(V10) 375단 4D 낸드의 웨이퍼와 제품을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이전 세대보다 전력 대비 성능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며, 데이터센터 환경에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SK하이닉스는 이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고용량 eSSD를 내년 초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결국 SK하이닉스는 HBM뿐만 아니라 낸드와 SSD, HBF까지 아우르는 AI 메모리·스토리지 포트폴리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AI 데이터센터가 확대될수록 메모리의 역할은 단순 저장장치에서 벗어나 시스템 전체의 성능과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HBF가 실제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채택되는지가 향후 SK하이닉스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 생각에는 이번 HBF 표준 공개는 단기적인 실적 재료보다는 중장기적인 AI 메모리 시장의 판을 준비하는 움직임으로 보는 게 맞다.
HBM 시장에서 이미 강한 입지를 확보한 SK하이닉스가 이제는 낸드 기반의 새로운 고대역폭 메모리 시장까지 선점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구글과 샌디스크 등 글로벌 기업들과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단순한 신제품 개발보다 시장 표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에 가깝다.
AI 추론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진다면 HBF의 필요성 역시 커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실제 고객 채택과 양산 규모가 얼마나 빠르게 확대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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